3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3년
이 블로그를 연지도 햇수로 이제 3년이 됩니다. 2005년 7월 23일에 첫 글을 남겼고 그간 192개의 글을 썼으니, 한 해에 64개. 대략 한 달에 5개, 1주일에 하나가 좀 넘는 글을 써왔네요. 그리 부지런한 편도, 게으른 편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 부지런한 호흡들은 아니었지만, 이 블로그에도, 제 자신에게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것 같네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가 있어, 이 글을 통해 마저 털어놓아보려고 합니다.
블로그 이름의 뜻
그간, 블로그의 이름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이 꽤 많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쓰는 '험블'이라는 닉네임도 , 블로그 이름에서 따온것이기도 하구요.
이름은, 에드거 다익스트라(Edsger W. Dijkstra)라는 컴퓨터과학자가 남긴 The Humble Programmer라는 글에서 따온 것입니다. 컴퓨터계의 노벨상이라는 튜링 상을 수상하며, 1972년에 다익스트라가 남긴 강연 내용을 정리한것이지요. 글의 말미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It has already taught us a few lessons, and the one I have chosen to stress in this talk is the following. We shall do a much better programming job, provided that we approach the task with a full appreciation of its tremendous difficulty, provided that we stick to modest and elegant programming languages, provided that we respect the intrinsic limitations of the human mind and approach the task as Very Humble Programmers.
처 음, 이 블로그에 담고자 했던것은 다소 거창했습니다. '웹을 통한 변화'라는 주제였지요. 보다 나은 웹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보다 즐거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은 About Me 페이지에 풀어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주제가 지닌 무게와 어려움에 비해, 다익스트라가 말하듯, 인간이 지닌 한계는 너무나도 명확한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글은 물론, 제 자신의 '삶' 또한 더 없이 겸손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했던것 같습니다. 삶 자체가 , 끝없는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블로그와 함께 한 3년 동안, 글과 그 글을 매개로 얻었던 많은 분들의 가르침 덕분에, 제가 추구하는 주제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얼마전에 FeedBurner에서 제공해주는 구독자 수 통계를 보니, 어느새 RSS를 통해 이 블로그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1000분을 넘어가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제 부족한 생각에 관심을 가져주신것이지요.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그리고 블로그가 조금씩 관심을 받을수록, 제 자신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것도 사실입니다. 제 생각에 동조해주시는 분, 가르침을 주시는 분,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 글이라는 매개가 아니었다면 인연을 맺지 못했을, 기회들도 많았던것 같습니다. 그 인연 하나하나가 저를 더더욱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소중한 가르침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이라는 매개가, 본디 일부만을 투영하다보니, 때로 많은 오해를 받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부풀려지고 포장된 제 모습에 대한 염려를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분들도, 실천하지 못하는 글의 한계를 지적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 분들의 따끔한 가르침 또한 저를 항상 반성하게끔 해주는 좋은 자극들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왜 글을 쓰는가?
저는 글이란 단순한 생각의 표현이나 배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우리는 언어를 통해, 그리고 그 표현물인 글을 통해, 스스로의 세계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이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글이란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글이란 자신을 성장시키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삶으로서의 은유' 란 책에서는, 은유를 우리가 삶속에서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구조화하는 도구라고 말합니다. 즉, 은유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시각과 행위 자체를 구성한다는 말이지요. 사실, 글쓰기는 그 자체로, 끊임없는 은유의 과정입니다. 즉, 본질이 되는 사물을,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개념으로 끊임없이 치환해나가면서,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행위란 말이지요. 우리는 글을 만들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새로운 시작
3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이 작은 공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 많은 관심과, 가르침을 나누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는 배움보다는, 그 배움을 바탕으로 실천하고 , 행동하는 목소리를 내야할 때 인것 같습니다. 그러한 목소리를 담는 그릇 또한, 응당 새것으로 바뀌어야 하겠지요.
못다한 이야기가 많아, 글이 조금 길었습니다. 그럼 준비가 되는대로, 새 공간을 통해 곧 다시 인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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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edited on 07/26/2008 14:34 by 험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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